민간발전사들의 더 큰 책임이 필요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올 겨울 ‘에너지 위기’, ‘블랙아웃’이라는 단어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익숙해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저렴하고도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를 가장 짧은 시간에 완성하였지만, 이제는 대국민 정전 대비훈련을 실시할 정도로 전력위기에 직면해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석탄․석유․가스 등 1차 에너지에 비해 2차 에너지인 전기의 가격이 과도하게 낮게 책정되어 에너지 소비가 급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미 OECD 국가 중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으며, 1인당 세계 최고수준의 전력소비량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철저한 수요관리는 현 정부의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다.

 

철저한 수요관리를 기본 전제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13년부터 2028년까지의 전력수급계획을 포함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석탄, 복합, 석유, 신재생 등 발전원을 다변화하여 전력설비 예비율을 대폭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민간발전사들의 유치 신청 열기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1995년 '민자발전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부터 발전시장에 민간사업자들이 진출하였지만, 전력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미미했다. 발전사업 영역도 LNG 복합화력발전과 열병합발전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지난 5차 전력수급계획부터는 석탄발전을 중심으로 한 민간기업의 발전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자발전 사업자의 ‘과도한 수익 가능성’과 ‘안정적인 공급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발전소를 건립하고, 민간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통해 독과점에서 벗어나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다만 과거 한국전력공사가 담당하던 발전의 상당부분을 민간에 위탁할 때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투명한 절차에 의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애초 작년 말에 발표되었어야할 이번 계획이 대선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비중 등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전력산업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판단에 좌지우지되는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사회적 비용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원자력을 비롯한 발전시설은 사회적 수용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실제 발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주민들의 충분한 동의 및 지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예정된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UAE에 원전을 수출한 것처럼, 전력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개도국 전력시장은 국내 발전사들의 진출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의 해외 발전소 프로젝트가 ‘건설’만 담당하는 방식이었다면, 풍부한 운영 경험과 청정기술을 바탕으로 ‘운영권’까지 확보할 경우 국내 민간업체들의 해외 경쟁력은 더욱 증대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발전시장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들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전기’를 과도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함과 동시에 국가경제와 전력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2013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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